만화 '26년'

많이 늦었지만;)

저는 강풀님을 싫어했습니다. 그림도 그저 그렇고 내용 역시 대부분이 배설물 개그라 그냥 그저 그런 인터넷 만화 작가로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비타민씨와 같은 레벨로 취급했으니! 그러다 어떤 분의 소개로 '아파트'를 봤는데, 그 날 이후 평가가 뒤집어졌습니다.

그리고 '26년'을 봤습니다. 이제는 다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만화를 보고 있으려니 마음 속 어디에선가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렇게 집중해서 한 편 한 편을 보고 또 다음 편이 올라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마지막 회. 저말고도 만화를 기다린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아무리 클릭해도 이미지가 안 떴습니다. 그런 저를 위해 고맙게도 제 친구가 먼저 보고 이미지 파일을 저장해서 저에게 보내줬습니다. 그날따라 미소녀도 느렸습니다. 그렇게 본 26년의 마지막 화는...

건방지다고 생각하셔도 좋고 너무 현실에 순응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만... 이게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화 속에서 광주에 있었음에도 제너럴 29의 경호 책임을 맡고 있는 남자가 외친 그 얘기가, 너무도 씁쓸했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에게 공식적으로 면죄부를 준 이상, 그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기보다 그를 긍정하고 면죄부를 준 현실의 책임을 인정하며 살아가야겠지요.

금방 잊어버릴 통쾌한 결말보다 살아가는 내내 책임을 느낄 결말을 제시한 강풀님에게 꾸벅하고 인사드립니다.

by 觀鷄者 | 2006/10/24 17:32 | 미지근한 비평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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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까날 at 2006/10/24 18:54
경호 담당자의 외침에 별 다섯 개.
Commented by 개발부장 at 2006/10/24 21:07
그 외침... 저는 이렇게 반박하고 싶더군요.
"우리가 바로 그 국민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역사다!"

타이밍 보셨습니까? 이것도 엄청납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6/10/24 22:32
그 인간을 대체 왜 사면시켰는지.....
Commented by at 2006/10/24 23:29
강풀님은 진짜 이야기꾼이지요.
정말 제가 손에 꼽는 스토리텔러입니다.
생각이 있는 이야기도 없는 이야기도 재밌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Commented at 2006/10/25 14:4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觀鷄者 at 2006/10/26 19:08
까날님// ;)

개발부장님, 행인1님// 그 '역사'를 만들라고 '국민'들이 뽑아준 사람이 용서했으니까요... 최근 '정치인의 수준은 그 나라의 평균이다'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부정할 수 없더군요ㅠㅠ

슈님//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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