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8월 29일
070829 - 체벌에 대한 기억
어릴 때 나는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좋은 나라인 줄 알았다. 첫 번째는 물론 미국;)
그런데 머리가 점점 굵어지면서 한국은 그다지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좀 더 나이를 먹고 이런 저런 역사책을 읽어가며 비교해보니 한국은 꽤나 우스꽝스런 제 3세계의 전형적인 군사 독재 국가더라. 여기까지였다면 지금의 현실에 그저 절망만 하며 소주나 빨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그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가 태어난 나라를 대한민국이라 부를 수 있었고, 이 나라의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었다.
이오지마에 올라온 그 포스팅은 그냥저냥 읽을 수 있었는데, 체벌을 긍정해야 한다는 덧글들을 보고 있자니 혈압이 오른다. 나도 맞고 컸으니까 너도 맞아야 잘 큰다고? 나는 그 프로세스를 생생하게 본 적이 있다. 그것도 26개월 동안. 그렇다. 군대에서다.
나는 IMF 시절에 군 생활을 했다. 사회가 어렵던 시절이다보니 자원 입대자가 줄을 서 있었고, 대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한꺼번에 입대했다. 그렇다보니 동기들의 수가 많아 그 층이 매우 두터웠다.
이등병 시절 그냥 맞았다. 주특기 훈련을 하는데 간부도 공용 화기 운용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 고참들은 맞으며 배운 대로만 때리며 가르친다. 안 뛰어다닌다고 맞고 간부 앞에서 뛰어다닌다고 맞았다.
일병 시절 그냥 맞았다.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장비 포장을 간소화하면 안 되냐고 건의하면 건방지다고 맞고 대학 다니다온 것을 뻐기냐고 맞았다. 주특기 훈련을 잘 하고 측정을 잘 받아도 포상이 없다. 차라리 광대 차림하고 연대장 앞에서 노래를 잘 하면 포상 휴가증이 쏟아진다.
상병을 달면 안 맞을 줄 알았다. 그 때는 애새끼들 안 때린다고 맞았다. 맞은 게 억울해서 애들 모아놓고 굴리니까 개념없이 보이는 데서 굴린다고 맞았다. 화장실에서 소각장에서 건조장에서 포창고에서 운영창고에서 서로 때리고 서로 맞았다.
상병이 꺾일 때였다. 동기들끼리 모여 의견을 모았다. 손해보는 느낌이 들어도 우리가 끊자. 맞더라도 때리지 말자. 우리는 사람이다. 명색이 고등 교육을 받은 지성인이다. 솔직히 힘들었다. 거친 물줄기를 홀로 막아야 하는 조약돌이 된 기분이었다. 그 때 혼자였으면 포기하고 그냥 때렸을 것이다. 하지만 동기들이 있어 참고 견딜 수 있었다.
고참들이 전역하고 동기들이 병장 계급장을 달면서 우리 대대에 구타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같은 날, 2대대의 동기들은 구타 사건이 드러나면서 동기들 전부가 영창에 들어갔다.
추억과 기억은 다르다. 착각하지 말자.
그런데 머리가 점점 굵어지면서 한국은 그다지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좀 더 나이를 먹고 이런 저런 역사책을 읽어가며 비교해보니 한국은 꽤나 우스꽝스런 제 3세계의 전형적인 군사 독재 국가더라. 여기까지였다면 지금의 현실에 그저 절망만 하며 소주나 빨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거기에 머물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그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가 태어난 나라를 대한민국이라 부를 수 있었고, 이 나라의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었다.
이오지마에 올라온 그 포스팅은 그냥저냥 읽을 수 있었는데, 체벌을 긍정해야 한다는 덧글들을 보고 있자니 혈압이 오른다. 나도 맞고 컸으니까 너도 맞아야 잘 큰다고? 나는 그 프로세스를 생생하게 본 적이 있다. 그것도 26개월 동안. 그렇다. 군대에서다.
나는 IMF 시절에 군 생활을 했다. 사회가 어렵던 시절이다보니 자원 입대자가 줄을 서 있었고, 대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한꺼번에 입대했다. 그렇다보니 동기들의 수가 많아 그 층이 매우 두터웠다.
이등병 시절 그냥 맞았다. 주특기 훈련을 하는데 간부도 공용 화기 운용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 고참들은 맞으며 배운 대로만 때리며 가르친다. 안 뛰어다닌다고 맞고 간부 앞에서 뛰어다닌다고 맞았다.
일병 시절 그냥 맞았다.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장비 포장을 간소화하면 안 되냐고 건의하면 건방지다고 맞고 대학 다니다온 것을 뻐기냐고 맞았다. 주특기 훈련을 잘 하고 측정을 잘 받아도 포상이 없다. 차라리 광대 차림하고 연대장 앞에서 노래를 잘 하면 포상 휴가증이 쏟아진다.
상병을 달면 안 맞을 줄 알았다. 그 때는 애새끼들 안 때린다고 맞았다. 맞은 게 억울해서 애들 모아놓고 굴리니까 개념없이 보이는 데서 굴린다고 맞았다. 화장실에서 소각장에서 건조장에서 포창고에서 운영창고에서 서로 때리고 서로 맞았다.
상병이 꺾일 때였다. 동기들끼리 모여 의견을 모았다. 손해보는 느낌이 들어도 우리가 끊자. 맞더라도 때리지 말자. 우리는 사람이다. 명색이 고등 교육을 받은 지성인이다. 솔직히 힘들었다. 거친 물줄기를 홀로 막아야 하는 조약돌이 된 기분이었다. 그 때 혼자였으면 포기하고 그냥 때렸을 것이다. 하지만 동기들이 있어 참고 견딜 수 있었다.
고참들이 전역하고 동기들이 병장 계급장을 달면서 우리 대대에 구타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같은 날, 2대대의 동기들은 구타 사건이 드러나면서 동기들 전부가 영창에 들어갔다.
추억과 기억은 다르다. 착각하지 말자.
# by | 2007/08/29 12:39 | 그저 그런 잡담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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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왕님// 해당 ID를 콕 집어드릴 수 없는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__) 다만 체벌의 확대 재생산에 대해 군대의 예를 든 저도 문제지만, 파쇼 논리로 바로 넘어가니 대한민국의 군대가 정말 무섭습니다.
에리카님// 더 무서운 얘기해드리자면 이건 10년도 안 된 얘깁니다^^a
맞아야 정신 차린다.
매가 약이다.
저 말에 긍정하는 사람이 있는 한은 아직은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까운 나라인겝니다.
솔직히 병장달고서 까마득한 아래후임들 깐죽거리는 거 보면 본전생각 나서 분통이 터졌지만, 지금에 와서는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스프님// 작은 돌을 던진다라... 그 나름대로 무서운 이야기군요.
슈님// 그러고 보니 회장님께서는 주먹으로 때릴 때는 정정하시더니, 법 앞에서는 많이 쇠약해지셨더군요-.-a
듀란달님// 자신이 당한 대로 갚아준다면 끝이 날 수 없죠.
NOT DiGITAL
그나마 저도 군대에 있어서 느끼는 거지만 요즘은 많이 나아지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구타는 안 된다는 인식이 퍼지고는 있음..
행인1님//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 의견에는 반대입니다. 지금 원래 포스팅에 연결된 덧글과 포스팅들을 보면 원래 얘기하고 싶었던 주제는 이미 사라지고 그저 말꼬리만 잡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군대 이야기를 반복하면 이것 역시 나름의 폭력이 될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던 내용을 정리해서 별도의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핀투리키오님// 가장 보수적이라는 군대도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니 고참들 중 또라이들이 무시하고 갈구고, 후임들도 얕보더군요. 물고참이라고나 할까...
안 때린다고 별로 좋을 것 없긴 하더군요. 어흙.
바로 뒤짚어 엎었죠.. 사이코로 인식된거 아니었나 모르겠네요...
윗선임들 구타있을때 후임들 감싸주고 대신맞아준적도 있고... 항상 방패막이 되주다가
윗선임들 나가니까 기어오르더라고요..당시 어이가없었음..
괴현상까지 벌어졌습니다.전방 예비사단에 식유가 안들어올 정도에 유격훈련까지 타 부대(사단직할대)
하고 한번에 같이 뛰는 기현상에다가 월급까지 절반으로 잘려서 참 힘들었죠.
사실,그때 군부대 분위기가 그 이전 평소보다 안좋았던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만
어느날 내무반에서 신병 하나가 다른 고참 여럿에게 구타당한 적이 있었는데 이게 딱걸려서 소대 절반이
군기교육대 끌려간 적이 있었습니다.거기 반성문들 쳐다보면 쇼를 한다 라는 말이 딱 어울렸죠.
그딴 수치를 당할거 모르고 기분내키는대로 구타라...이건 군대 문제 이전에 때리는 인간 문제입니다.
제재를 해도 일낼 인간은 냅니다.치안국가라도 살인은 끊이지 않지요.
원인 제공을 해서 씨를 뿌렸는데 거둘 생각 안했다면 군대가 문제니 뭐니의 문제가 아니죠.
군대 분위기라는게 원래 그렇다 하는건 그저 어줍쟎은 보상심리에 기인한것뿐이죠. 솔직히 얘기해서
군대처럼 폭력방지 제대로 하는 사회가 어디 있습니까.군부대폭행사례 교육부터 아예 만화배포까지
참 셀수가 없었는데 핑클도 아는 국군의 주적은 기억나고 그보다 더 많이 찍힌 군대내 이적(폭력)행위에
대한 만화책들은 본 기억들이 없는건지 원.게다가 폭력방지 카드까지 일일히 나눠주는데가 군대말고
어디 또 있을려나요?사회에서 길거리 경찰들이 일반인들에게 그런거 나눠주면 얼마나 웃길까요?
저도 맞긴 많이 맞았습니다.실제 실전에서 맞은것까지 합치면 참 대단하게 맞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때린 주체들 추억으로 기억나는 인간 한명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