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24일
게임 개발자의 미래는?
게임 개발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최근 여러 가지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쎄게' 받고 있다. 그렇다보니 하지 않던 지각을 계속 하고 있고, 업무 집중도도 개판 오분전이 아닌 개판 그대로다. 이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풀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지만, 몸 상태도 예전같지 않다. 결국 배설하는 기분으로 예전부터 하고 있던 생각을 정리한다.
어느 날 저녁, 사무실 동료들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하는데 통칭 노가다로 불리우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용을 짧게 정리하자면 프로그래머보다 노가다가 돈을 많이 번다는 거다. 그 말에 (전기공 노가다를 하던 친구를 둔) 나는 곧바로 반박했다.
1) 사무실 동료의 계산대로면 1개월에 25일을 근무하는 전기공(일당 7~9만원)은 월급이 175만원~225만원이란다.
2) 그에 대한 내 반박은 다음과 같다.
1개월에 25일 근무라지만 날씨나 공사 진척 그리고 작업자의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실제 근무 가능일은 2/3 수준이다. 또한 노가다판의 악습인 임금 체불로 인해 미수령하는 경우가 1/3 정도다. 즉 175만원~225만원을 벌려면 1개월 내내 전혀 트러블이 없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가 드물다.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계산액의 1/3인 58만원~75만원 내외이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다가, 나는 노가다와 게임 개발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전기공이던 친구의 말을 따르자면, 노가다판은 비합리성이 지배한다고 한다.
사례 1) 내일부터 전기 공사하면 된다고 해서 다음 날 아침까지 작업 도구를 준비해왔더니, 이미 레미콘이 콘크리트 타설을 마쳤단다. 당황해서 감독에게 물으니까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까, 저걸 대충 파헤치고 선을 묻어라.'고 한단다. (콘크리트가 굳는) 시간에 쫓기는 만큼 설계도와 달리 대충 대충 선을 묻었단다.
사례 2) 설계도만 믿고 현장에 나갔더니, 건물 모양이 다르더란다. 이유를 물으니 목공과 철근이 설계도대로 안 짓고 대충 돌려 막아놨단다. 고심고심하며 선을 넣고 있는데, 집주인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여기 여기에 콘센트를 넣어주시라고 손짓만 하고 가더란다. 어떤 콘센트를 몇 개 넣어달라는지 얘기도 없다. 결국 알아서 대충 연결하고 나와야 한단다.
사례 3)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사 머리 모양에 대해 물으면 일자(마이너스)와 십자(플러스)만 얘기한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삼각형(人) 나사도 사용한단다. 이유를 물어보니 천장에 나사를 박을 때 일자와 십자 나사는 드라이버 머리에서 곧잘 떨어지지만 삼각형 나사는 그렇지 않단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삼점 지지의 과학적 근거에 대해 감탄하기 보다, 자신이 들고있는 드라이버로 저걸 어떻게 뽑아야할 지를 고민하게 된단다.
게임 개발을 하는 나는 그와 유사한 사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아래의 사례는 절대 현실 개발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며, 아마도 모두 가상의 상황일 것이다;)
사례 1) 시스템 디자인 작업이 내일부터라고 해서 적용할 리스트 작업을 해서 와보니, 이미 하드 코딩 중이다. 프로그래머에게 따지니까 PM에게서 미처 연락을 못받았단다. 다시 짜기에는 시간이 애매하니 해당 리스트를 주면 모두 하드 코딩해주겠단다.
이제부터 서버에서 한 줄 고치고 리부팅하면 될 작업이, 패치할 때마다 실행 파일이 바뀌어야 하는 작업으로 바뀌었다.
사례 2) 전 기획자의 기획서만 믿고 시스템을 열어보니 죄다 하드코딩이다. 이유를 물으니 시간에 쫓긴 역시 전 프로그래머가 자기 코드만 돌아가게 프로그래밍해둔 것이다. 프로그래머와 같이 담배를 피우며 고민하고 있는데, 마케팅팀에서 쪼르르 뛰어오더니 내일 아침에 레어 아이템을 뿌려주는 이벤트를 실시하기로 '방금 전'에 결정했단다. 결국 또 하드 코딩하기로 했다. 내부에서 결과값이 개판이어도, 특정 수치만 안 나오게 일단 막아놨다.
다음 날 아침, 유저들은 게임 게시판에다가 레어 아이템의 드롭 퍼센트를 엑셀 파일로 정리해서 올려놓은 다음에 영자 ** 뛰어나오라고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다. 사장님은 친히 전화를 걸어, 기획팀 전부 옥상으로 뛰어 올라오란다ㅠㅠ
사례 3) 사례 2와 유사한데 결과창에서 매번 버그가 난다. 프로그래머에게 따져물어도 소스가 복잡해서 버그를 잡기 어렵다는 얘기만 반복한다. 결국 세상 물정 모르는 신입 프로그래머를 꼬셔서 소스를 까봤다.
처음 작업한 프로그래머는 주석없이 멋대로 작업하고, 다음 프로그래머는 기존 코드에 대한 재사용성을 무시한 채 작업하고, 다음 프로그래머는 앞의 코드 역할을 모른채 여기 저기를 삭제해놨고, 다음 프로그래머는 별 고민없이 어쨌든 결과만 나오게 해놨다. 신입 프로그래머는 소스를 한참 읽더니, 오늘 점심에는 토마토 소스가 듬뿍 들어간 스파게티가 먹고 싶단다. 나도 같이 스파게티를 먹기로 했다.
그런 이유로 김웅남님의 글을 읽으면서, 100% 동의는 할 수 없어도 상당 부분에서 공감했다. 누가 뭐래도 나는 게임 개발은 대한민국이 아직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세계 진출의 가능성이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운영이 노가다판과 별 다를 게 없다는 점이 게임 개발자를 비정규직으로 몰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이 붙을 수도 있겠지만, 경영진에 의해 게임 개발자가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인력이라고 판단되어지는 순간 우리들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얘기하는 나도 힘들어서 제대로 못하는 일이지만, 항상 생각하고 항상 공부할 수 밖에 없다. 힘내자.
PS) 사실을 고백하자면 이 글의 원래 결과는 좀 더 잔인하다. 진짜 결과가 궁금하시다면 오프라인에서 뵙지요;)
최근 여러 가지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쎄게' 받고 있다. 그렇다보니 하지 않던 지각을 계속 하고 있고, 업무 집중도도 개판 오분전이 아닌 개판 그대로다. 이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풀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지만, 몸 상태도 예전같지 않다. 결국 배설하는 기분으로 예전부터 하고 있던 생각을 정리한다.
어느 날 저녁, 사무실 동료들과 같이 저녁 식사를 하는데 통칭 노가다로 불리우는 일용직 건설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용을 짧게 정리하자면 프로그래머보다 노가다가 돈을 많이 번다는 거다. 그 말에 (전기공 노가다를 하던 친구를 둔) 나는 곧바로 반박했다.
1) 사무실 동료의 계산대로면 1개월에 25일을 근무하는 전기공(일당 7~9만원)은 월급이 175만원~225만원이란다.
2) 그에 대한 내 반박은 다음과 같다.
1개월에 25일 근무라지만 날씨나 공사 진척 그리고 작업자의 몸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실제 근무 가능일은 2/3 수준이다. 또한 노가다판의 악습인 임금 체불로 인해 미수령하는 경우가 1/3 정도다. 즉 175만원~225만원을 벌려면 1개월 내내 전혀 트러블이 없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가 드물다.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계산액의 1/3인 58만원~75만원 내외이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다가, 나는 노가다와 게임 개발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전기공이던 친구의 말을 따르자면, 노가다판은 비합리성이 지배한다고 한다.
사례 1) 내일부터 전기 공사하면 된다고 해서 다음 날 아침까지 작업 도구를 준비해왔더니, 이미 레미콘이 콘크리트 타설을 마쳤단다. 당황해서 감독에게 물으니까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까, 저걸 대충 파헤치고 선을 묻어라.'고 한단다. (콘크리트가 굳는) 시간에 쫓기는 만큼 설계도와 달리 대충 대충 선을 묻었단다.
사례 2) 설계도만 믿고 현장에 나갔더니, 건물 모양이 다르더란다. 이유를 물으니 목공과 철근이 설계도대로 안 짓고 대충 돌려 막아놨단다. 고심고심하며 선을 넣고 있는데, 집주인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여기 여기에 콘센트를 넣어주시라고 손짓만 하고 가더란다. 어떤 콘센트를 몇 개 넣어달라는지 얘기도 없다. 결국 알아서 대충 연결하고 나와야 한단다.
사례 3)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나사 머리 모양에 대해 물으면 일자(마이너스)와 십자(플러스)만 얘기한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삼각형(人) 나사도 사용한단다. 이유를 물어보니 천장에 나사를 박을 때 일자와 십자 나사는 드라이버 머리에서 곧잘 떨어지지만 삼각형 나사는 그렇지 않단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삼점 지지의 과학적 근거에 대해 감탄하기 보다, 자신이 들고있는 드라이버로 저걸 어떻게 뽑아야할 지를 고민하게 된단다.
게임 개발을 하는 나는 그와 유사한 사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아래의 사례는 절대 현실 개발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며, 아마도 모두 가상의 상황일 것이다;)
사례 1) 시스템 디자인 작업이 내일부터라고 해서 적용할 리스트 작업을 해서 와보니, 이미 하드 코딩 중이다. 프로그래머에게 따지니까 PM에게서 미처 연락을 못받았단다. 다시 짜기에는 시간이 애매하니 해당 리스트를 주면 모두 하드 코딩해주겠단다.
이제부터 서버에서 한 줄 고치고 리부팅하면 될 작업이, 패치할 때마다 실행 파일이 바뀌어야 하는 작업으로 바뀌었다.
사례 2) 전 기획자의 기획서만 믿고 시스템을 열어보니 죄다 하드코딩이다. 이유를 물으니 시간에 쫓긴 역시 전 프로그래머가 자기 코드만 돌아가게 프로그래밍해둔 것이다. 프로그래머와 같이 담배를 피우며 고민하고 있는데, 마케팅팀에서 쪼르르 뛰어오더니 내일 아침에 레어 아이템을 뿌려주는 이벤트를 실시하기로 '방금 전'에 결정했단다. 결국 또 하드 코딩하기로 했다. 내부에서 결과값이 개판이어도, 특정 수치만 안 나오게 일단 막아놨다.
다음 날 아침, 유저들은 게임 게시판에다가 레어 아이템의 드롭 퍼센트를 엑셀 파일로 정리해서 올려놓은 다음에 영자 ** 뛰어나오라고 난리 부르스를 추고 있다. 사장님은 친히 전화를 걸어, 기획팀 전부 옥상으로 뛰어 올라오란다ㅠㅠ
사례 3) 사례 2와 유사한데 결과창에서 매번 버그가 난다. 프로그래머에게 따져물어도 소스가 복잡해서 버그를 잡기 어렵다는 얘기만 반복한다. 결국 세상 물정 모르는 신입 프로그래머를 꼬셔서 소스를 까봤다.
처음 작업한 프로그래머는 주석없이 멋대로 작업하고, 다음 프로그래머는 기존 코드에 대한 재사용성을 무시한 채 작업하고, 다음 프로그래머는 앞의 코드 역할을 모른채 여기 저기를 삭제해놨고, 다음 프로그래머는 별 고민없이 어쨌든 결과만 나오게 해놨다. 신입 프로그래머는 소스를 한참 읽더니, 오늘 점심에는 토마토 소스가 듬뿍 들어간 스파게티가 먹고 싶단다. 나도 같이 스파게티를 먹기로 했다.
그런 이유로 김웅남님의 글을 읽으면서, 100% 동의는 할 수 없어도 상당 부분에서 공감했다. 누가 뭐래도 나는 게임 개발은 대한민국이 아직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세계 진출의 가능성이 있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운영이 노가다판과 별 다를 게 없다는 점이 게임 개발자를 비정규직으로 몰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이 붙을 수도 있겠지만, 경영진에 의해 게임 개발자가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인력이라고 판단되어지는 순간 우리들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얘기하는 나도 힘들어서 제대로 못하는 일이지만, 항상 생각하고 항상 공부할 수 밖에 없다. 힘내자.
PS) 사실을 고백하자면 이 글의 원래 결과는 좀 더 잔인하다. 진짜 결과가 궁금하시다면 오프라인에서 뵙지요;)
# by | 2007/10/24 15:22 | 로또맞으면 만들 게임 | 트랙백 | 덧글(1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이틀전에 어떤 기능을 구현하는 방안에 대한 조사를 하랍니다. 최대한 빨리!
어제 어떤 기능을 구현하는 데모프로그램 하나를 지시받았습니다.
사장님지시래요
오늘 어떤 업무를 하라고 하길래 이것도 있고 저것도 있는데
어쩌라구라고 해주니 다른거 다 미루고 먼저 하랍니다.
자 이제 내일이면 나흘전의 일에 대한 진척도를 저에게 물어오겟죠 -_-a
휴... 빨리 담배를 끊었어야 했는데 끊기 힘들군요.
경영진에 의해 게임 개발자가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인력이라고 판단되어지는 순간 우리들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떨어질 것이다. ... 이말 정말 예리하네요. T_T 게임개발자가 아니라 모든 피고용자는 마찬가지 상황에 있지요.
다시 그렇게 되면 사원에게 이를 전가하는 무한 루프가 되는것일지도...
그리고 링크 신고하겠습니다. 별볼일 없는 기획 분야를 배우는 학생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전공의 경우도 일당 최소 13만원 작업따라 25만원
사실 이문제가 일당직(비정규직)의 미스테리입니다 매일 일한다는게 쉽지 않습니다 본문에 나와있듯 1년치를 계산해보면 안정적인 수입원이 아니거든요
비슷한 일당을 받는 직종으로 일당 24만짜리 인테리어 목수의 경우 1년에 70%정도 일하면 자주 일하는편이고 그중 50%의 임금을 받으면 잘받는 편이라 할수 있습니다
전기직 10년하고 월 120 만원을 줘도 일하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당사자의 기술문제도 있지만) 아무 기술없는 노가다 잡부가 일당 7~8만 임에도 이걸 왜 선택했을까요?
가끔보면 취업할때 눈을 낮춰라하는데 낮춰서 들어가보면 돈없이 사업하는 사장이 태반입니다 월급 재때나오면 감사해하고 억울하면 대기업 가시던가 거든요
일당이 비싼 기술을 보유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수입원을 계속 잡을수 있다는게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규직타령 공무원타령을합니다
비정규직이 무서운건 기술자의 전반적인 임금하락(경쟁도 치열해요) 고용불안이죠 여기에서 파생되는게 일하는 빈곤층이고요
덧. 웹서핑하면서 IT 직종사람들 푸념을 읽어보면 대학까지 나와 배운건 정말 많은데 업무 돌아가는시스템은 노가다랑 많이 닮았다는거에 깜짝 놀랍니다
그렇지만 앞날이 깜깜했던 패키지게임개발시절보단 요만~큼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