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2월 06일
발렌타인 데이의 유래
출근하다 초콜렛 광고를 보고 떠오른 망상입니다.
이 글을 지금 공부에 정진하고 계실 잠본이님에게 바칩니다^^
1.
동료들이 보인다. 나와 같이 아득바득 갯벌을 기어다니던 동료들이 보인다. 나와 같이 사선을 넘나들던 동료들이 보인다. 틀림없이 내가 인식표를 떼어준 동료들이 보인다.
"소령님! 소령님! 괜찮으십니까?"
누군가가 세차게 몸을 흔들어 간신히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44년부터 나와 같이 근무하고 있는 중사였다.
"고맙네. 중사. 물 한 잔만 주겠나?"
나는 중사가 건네준 물을 마시며 창 밖을 보았다. 창 밖으로 또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렇다. 이 곳은 눈이 내리는 곳이다. 지옥과도 같은 정글에서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컵에 남은 마지막 물 한 모금을 비우려는 찰나 사무실 밖 철조망에 다닥 다닥 붙어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더러운 일본놈들..."
2.
나는 더러운 정글에서 간악한 일본군에 의해 수많은 동료들을 잃었다. 그 숫자만큼 나는 일본군을 죽였고, 그에 대해 군은 나에게 훈장과 소령 계급장을 달아주고는 일본 근무를 명령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었다.
전쟁터에서는 악귀처럼 싸우던 일본놈들은 패전과 동시에 비굴할 정도로 상냥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 속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중사. 할시 제독을 아나?"
"알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는 우리가 지켜야 할 명언을 하나 남겼지."
"명언이라면?"
"Kill Jap. Kill Jap. Kill more Jap. 전쟁은 끝났지만 내 마음 속의 상처는 아직 낫지 않았어. 중사! 사냥을 준비해라!"
"Yes. Sir."
3.
나는 중사가 준비해온 톰슨 기관단총을 집어 들었다.
"중사. 왜 이 총이지?"
"오늘이라면 이 총이 딱입니다."
사실 뭐가 되었든 간에 방아쇠를 당겼을 때 총탄이 튀어나가 더러운 일본놈의 몸에서 피만 뽑아내면 된다. 상관없다.
중사가 운전하는 지프에 올라타 주둔지를 나서자, 추운 겨울밤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옷도 못 입은 더러운 일본 꼬마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꼬마들은 나와 중사가 탄 지프를 보자마자 손을 내밀며 듣기도 싫은 일본말을 지껄여대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순간 팽팽하게 긴장된 내 이성의 끈은 '툭'하고 끊어졌고 나는 미친듯이 방아쇠를 당겼다.
4.
'달그락.'
빈 드로프스 통안에서 여동생의 뼛조각이 움직였다. 추위보다도 배고픔의 고통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부르릉.'
조악한 목탄차 소리가 아닌 가소린을 태우며 달리는 미군의 차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여기 저기에 쓰러져 잠을 청하던 아이들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기브 미 쪼코레토!"
"기브 미 쪼코레토!"
"기브 미 쪼코레토!"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영어를 외치며 미군에게 손을 내밀며 다가갔다. 무서운 표정의 미군 장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부신 불꽃과 함께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설마... 이것이?
5.
나와 같이 근무하고 있는 소령은 전쟁 영웅이라고 들었다. 그 지옥과도 같은 과달카날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워 장교로 현지 임관했으며, 이어지는 전투에서도 큰 공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얻은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그는 정복의 가슴 부분이 구겨질 정도로 많은 훈장을 받았지만,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다.
사냥을 명령받은 나는 특제 탄환이 가득 장전된 톰슨 기관단총 2정과 지프를 준비했다. 소령은 양손에 기관단총을 거머쥐고 일본 아이들에게 미친듯이 쏘아댔다. 나는 엑셀을 힘껏 밟아 현장에서 빠져나오면서 지프 뒤에 따로 준비해두었던 모포와 레이션 박스를 쏟아주었다.
내가 만든 특제 탄환은 45구경 탄환의 탄두를 전부 제거한 후 장약도 거의 들어내고 맛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K-레이션의 초콜렛을 탄두 대신 쑤셔박은 괴악한 것이다.
"으하하하! 다 죽어버려! 일본놈들! 데이 중사. 탄약은 충분한가?"
"네. 발렌타인 소령님. 탄약은 충분합니다."
소령의 질문에 대답하며 나는 특제 탄환이 가득 장전된 탄창을 건네주며 기도했다.
2월 14일. 오늘은 세인트 발렌티누스 데이다. 발렌티누스 성자시여. 당신의 발렌타인 소령과 일본의 어린이들을 돌봐주시옵소서.
달구어진 약실과 총열 안에서 초콜렛 탄두가 어떻게 버티느냐같은 질문은 사절입니다^^
이 글을 지금 공부에 정진하고 계실 잠본이님에게 바칩니다^^
1.
동료들이 보인다. 나와 같이 아득바득 갯벌을 기어다니던 동료들이 보인다. 나와 같이 사선을 넘나들던 동료들이 보인다. 틀림없이 내가 인식표를 떼어준 동료들이 보인다.
"소령님! 소령님! 괜찮으십니까?"
누군가가 세차게 몸을 흔들어 간신히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44년부터 나와 같이 근무하고 있는 중사였다.
"고맙네. 중사. 물 한 잔만 주겠나?"
나는 중사가 건네준 물을 마시며 창 밖을 보았다. 창 밖으로 또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렇다. 이 곳은 눈이 내리는 곳이다. 지옥과도 같은 정글에서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컵에 남은 마지막 물 한 모금을 비우려는 찰나 사무실 밖 철조망에 다닥 다닥 붙어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더러운 일본놈들..."
2.
나는 더러운 정글에서 간악한 일본군에 의해 수많은 동료들을 잃었다. 그 숫자만큼 나는 일본군을 죽였고, 그에 대해 군은 나에게 훈장과 소령 계급장을 달아주고는 일본 근무를 명령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었다.
전쟁터에서는 악귀처럼 싸우던 일본놈들은 패전과 동시에 비굴할 정도로 상냥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 속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는다.
"중사. 할시 제독을 아나?"
"알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는 우리가 지켜야 할 명언을 하나 남겼지."
"명언이라면?"
"Kill Jap. Kill Jap. Kill more Jap. 전쟁은 끝났지만 내 마음 속의 상처는 아직 낫지 않았어. 중사! 사냥을 준비해라!"
"Yes. Sir."
3.
나는 중사가 준비해온 톰슨 기관단총을 집어 들었다.
"중사. 왜 이 총이지?"
"오늘이라면 이 총이 딱입니다."
사실 뭐가 되었든 간에 방아쇠를 당겼을 때 총탄이 튀어나가 더러운 일본놈의 몸에서 피만 뽑아내면 된다. 상관없다.
중사가 운전하는 지프에 올라타 주둔지를 나서자, 추운 겨울밤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옷도 못 입은 더러운 일본 꼬마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꼬마들은 나와 중사가 탄 지프를 보자마자 손을 내밀며 듣기도 싫은 일본말을 지껄여대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순간 팽팽하게 긴장된 내 이성의 끈은 '툭'하고 끊어졌고 나는 미친듯이 방아쇠를 당겼다.
4.
'달그락.'
빈 드로프스 통안에서 여동생의 뼛조각이 움직였다. 추위보다도 배고픔의 고통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부르릉.'
조악한 목탄차 소리가 아닌 가소린을 태우며 달리는 미군의 차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여기 저기에 쓰러져 잠을 청하던 아이들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기브 미 쪼코레토!"
"기브 미 쪼코레토!"
"기브 미 쪼코레토!"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영어를 외치며 미군에게 손을 내밀며 다가갔다. 무서운 표정의 미군 장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부신 불꽃과 함께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설마... 이것이?
5.
나와 같이 근무하고 있는 소령은 전쟁 영웅이라고 들었다. 그 지옥과도 같은 과달카날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워 장교로 현지 임관했으며, 이어지는 전투에서도 큰 공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얻은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그는 정복의 가슴 부분이 구겨질 정도로 많은 훈장을 받았지만,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다.
사냥을 명령받은 나는 특제 탄환이 가득 장전된 톰슨 기관단총 2정과 지프를 준비했다. 소령은 양손에 기관단총을 거머쥐고 일본 아이들에게 미친듯이 쏘아댔다. 나는 엑셀을 힘껏 밟아 현장에서 빠져나오면서 지프 뒤에 따로 준비해두었던 모포와 레이션 박스를 쏟아주었다.
내가 만든 특제 탄환은 45구경 탄환의 탄두를 전부 제거한 후 장약도 거의 들어내고 맛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받는 K-레이션의 초콜렛을 탄두 대신 쑤셔박은 괴악한 것이다.
"으하하하! 다 죽어버려! 일본놈들! 데이 중사. 탄약은 충분한가?"
"네. 발렌타인 소령님. 탄약은 충분합니다."
소령의 질문에 대답하며 나는 특제 탄환이 가득 장전된 탄창을 건네주며 기도했다.
2월 14일. 오늘은 세인트 발렌티누스 데이다. 발렌티누스 성자시여. 당신의 발렌타인 소령과 일본의 어린이들을 돌봐주시옵소서.
달구어진 약실과 총열 안에서 초콜렛 탄두가 어떻게 버티느냐같은 질문은 사절입니다^^
# by | 2004/02/06 15:26 | 블로그인에서 | 트랙백(2) | 덧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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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경외로움을 느낍니다..........=.=
톰슨은 좀 드문(아마도 태평양쪽이라면 더욱) 물건일텐데. 뭐, '라이언'에서도 그리스 건 대신 나올정도니까... 그리고 K-레이션 식단이 어떻게 되어 있더라... 초컬릿이 아마 증식용 팩이나 이런데 들어가 있던걸로 기억하는데(아니면 카라멜이나 비타민 타블렛 등으로 대체) 이건 좀 확인해 봐야 할듯 하군요.^^
(C-Ration은 안먹나...)
.........................(할말 잃음...)대략 침묵...
안모군님// 블로그인의 까날님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시더군요-.-a 그저 14일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한 궁상남의 망상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세부 지적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그 소년들은 평생 조루에 발기부전, 성욕감퇴등의 후유증에 시달리겠군요... 오오 소령 최고의 복수인가...
<DC밀겔의 '문제중년'님이 쓰신 레이션에 대한 글입니다.
K-레이션에 초콜렛만 없군요. '유통기한 지난 것'으로 바꾸시는게 좋을듯 합니다.//톰슨은 윈드토커나 씬레드라인에 초기형이 나왔으니 문제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발렌타인 데이라서 '톰슨'인 겁니다! 망상 해설문이라도 하나 만들어봐야겠군요^^
이거정말 몇번을 읽어도 멋지군요...
..뇌리에서 따나지를않습니다(..)
그리 두렵더냐? 정목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