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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2 감상 아니 망상 위험한 망상

Spider's Web!

필요도 없고 준비도 부족한데 경영진의 아집과 고민에 의해 갑작스런 주말 근무 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정말 정말 지저분해진 기분을 어떻게든 해소시키고 싶어져서 업무를 마치자마자 사무실 동료들과 함께 투덜대며 영화관으로 갔습니다.

슈렉 2와 스파이더맨 2 중 어느 것을 볼 지 한참 고민하다가 스파이더맨 2를 선택했는데 완전 대박이더군요. 오죽했으면 아직 안 본 스파이더맨 1편도 빨리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영화에 관한 평들은 잠본이님께서 이미 자세히 정리해주신만큼, 더 이상 추가하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몇 가지 망상이 떠오르더군요.

이하는 천기누설(=스포일러=네타바레=김빼기)의 영역에 걸쳐있는 만큼 각오가 되신 분들만 클릭해주시기 바랍니다.
1. 어릴 적부터 재미있는 게임을 하며 자란 박희득군-여권에는 '희득 파크'라고 표기-은 우연한 기회에 게임 개발사에 방문한다.
"저기 쓰러져 있는 사람은 기획자고, 키보드 위에 빠진 머리카락을 청소하고 있는 사람은 프로그래머고, 책상 밑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사람은 그래픽 디자이너에요. 앗! 거기 모션 캡처용 데이터 슈트를 입고 있는 사람을 건드리..."
홍보팀 직원을 따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박희득군은 실수로 한 사람을 건드리고 그는 곧바로 담배진이 잔뜩 낀 이로 박희득군의 귓볼을 살포시 깨문다.
이후 박희득(이하 존칭 생략)은 이런 저런 사건을 겪은 후 게임 개발사의 '알바'로 취업하는데...

2. 박희득은 성공한 개발자 아니 이제는 CEO가 된 친구 '오해일'의 소개로 유명한 서버 프로그래머 '옥박사'를 만나게 된다. 오해일은 옥박사를 소개하며 "이분이야말로 리처드 개리엇보다 더! 빌 로퍼보다 더! 더 크고 크은 대박을 터뜨리실 천재 개발자라고!"란다.
처음 옥박사는 오해일의 친구인 박희득을 도맷금으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나, 박희득이 옥박사의 어깨 너머로 소스 코드를 언뜻 보고 새 서버의 구조를 이해하자 금새 의기투합하게 된다.

3. 드디어 기자들에게 새 게임을 공개하는 날. 옥박사는 게임을 공개하는 대신 새 게임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열심히 만든 툴 '사지선다'부터 공개한다. 그렇다. 프로그래머들은 파일 하나를 찾으라고 시키면 검색툴 소스부터 구상하는 인종들이다.(믿으면 럼스펠드)
그걸 본 웹진 기자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게임보다 툴이 더 좋잖아?"
"툴이 너무 강력한 것같은데?"
"아마 저 툴 개발비용이, 숙련된 프로그래머 2명을 고용하는 비용보다 더 들었겠지?"
드디어 서버를 켜고 스크린에 화려한 그래픽과 아름다운 사운드가 펼쳐지려는 찰나 스크린 가득 경고 메시지창이 뜨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옥박사가 계속 로컬에서만 테스트하고 이번과 같은 대규모 테스트는 처음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었던 박희득은 금새 원인을 밝혀낸다.
"박사님. 여기는 서버실 직통이에요! 잘못하면 건물 전체의 네트워크가 날아가서 직원들이 하루 종일 쉬어야 한다구요!"
"괜찮어! 이 정도는 내 허용 범위라고!"
쉴새없이 쏟아져나오는 에러 로그를 사지선다로 검색하는 옥박사를 보며 박희득은 결심한다.

4. 화장실로 뛰어들어간 박희득. 셔츠의 단추를 풀자 그 아래에는 모션 캡쳐용 데이터 슈트가 보인다. 그렇다! 사실 박희득은 귓볼을 깨물린 그 날 이후 신비한 힘을 얻은 WWW맨-월드 와이드 웹맨이라고 읽어주면 고맙겠다-이 된 것이다. 셔츠와 바지를 벗어 잘 개켜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 올려놓고 두건을 쓰며 돌아와보니 공개회장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있다.
씹어댈 건수가 생겨 즐겁다는 표정으로 디카로 현장을 마구 찍어대는 기자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날아간 투자액을 계산하고 있는 오해일, 그리고 상기된 표정으로 계속 에러 로그만 보고 있는 옥박사. 거기에 박희득 아니 WWW맨이 난입한다.

5. WWW맨의 대활약으로 피해는 일부 서버가 다운되는 정도로 끝났다. 오해일은 옥박사의 멱살을 잡고는 "네가 박사라고!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 아깝다! 네놈은 그냥 옥떨메다! 알았냐! 옥!떨!메!"라며 폭언을 퍼부었다.
지금까지 성실하게 게임만 만들어오던 옥박사는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고 그가 만든 개발툴 사지선다만 가지고 쓸쓸히 회사를 떠난다.

6. 데이터 슈트를 입고 뛰어다니는 통에 박희득의 몸은 땀에 흠뻑 젖어버렸다. 그렇지만 사우나에 갈 돈이 없어 그는 회사 화장실의 문을 걸어잠그고 거기서 목욕을 한다. 대충 몸을 씻고 집에 들아가보니 인터넷 서비스 회사에서 경고장이 날아와있다.
박희득은 길게 한숨을 쉬며 다시 데이터 슈트를 입고 바깥으로 나갔다. 그는 상방 35도 일명 하*리-특정 회사 선전을 지양하는 건전 이글루^^- 각도로 셀카를 찍어 자신의 미* 홈피 'WWW맨 독점 공개'에 올렸다. 금새 상수리나무 열매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박희득은 그렇게 모인 상수리나무 열매들을 현금으로 바꾸어 인터넷 요금을 지불했다.

7. 박희득이 셀카를 찍어 상수리나무 열매를 구걸하고 있을 때 꼭지가 돌아버린 옥박사는 사지선다를 이용해서 은행 서버를 해킹한다. 그렇게 얻은 돈으로 필요한 장비들을 하나 둘 구입하기 시작한다.
그럴거면 인터넷 쇼핑몰을 직접 해킹하는게 간편하련만, 저런 고지식한 면이 프로그래머의 특징이다.(믿으면 모로사와)

8. 결국 옥박사와 WWW맨의 최후의 대결이 벌어지는데...
"박사님. 여기는 IDC라고요! 지난 인터넷 대란을 재현하실 겁니까!"
"나의 계산과 설계는 완벽하다! 나를 못 믿겠는가!"
"그렇다면 서비스팩은 왜 안 까시는데요?"
그 말에 옥박사는 제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설계한 게임 서버의 파워를 끈다.

9. 후일담
옥박사는 자신이 만든 사지선다를 이용해 쪽집게 인터넷 강의를 시작해 프로그래머로서는 절대 벌 수 없는 거액의 돈을 벌어들인다.
박희득은 그때까지 상수리나무 열매만 모으고 있었다.
(이걸 다 믿으면 당신은 조지 부시)

Q.E.D 증명 망상 종료.

덧글

  • 벨제뷔트 2004/07/11 08:58 # 답글

    1편 안 보고 보셨습니까! 그저 큰 실수 하셨다고 밖에...
    실은 2편이 훨씬 재미있어서 1편은 조금 지루하실지도;
    (1편을 먼저봤다면 그렇지만도 않겠지만) 그리고 1편을
    보셨다면 2편 시작부터 감동하셨을텐데... 싶네요 TT.
  • 잠본이 2004/07/11 09:30 # 답글

    '그렇다. 프로그래머들은 파일 하나를 찾으라고 시키면 검색툴 소스부터 구상하는 인종들이다.'

    ......문어박사 얘기와 엄청 잘 들어맞는군요;;;;;
  • 다인 2004/07/11 15:14 # 답글

    "서비스 팩"에서 뒤집어 졌습니다. 크하하하.
  • 어빈 2004/07/11 20:39 # 답글

    마침 저도 오늘 스파이더맨 2를 보고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상당히 강력하게 글들이 다가오는군요. 으음;
  • Syx 2004/07/12 06:36 # 삭제 답글

    스파2.. 라고 쓰다가 생각해보니 꼭 스트리터 파이터 2같은 느낌이 들..
    저도 스파이더맨2.. 재밌게 봤습니다.

    흐흐흐..
  • 미르 2004/07/12 14:20 # 답글

    ...머리속이난잡한데...
    ...재미있군요.;;
  • CREA 2004/07/12 22:09 # 답글

    1보다 재밌는 2편이었습니다.
  • DEMONBANE 2004/07/13 10:53 # 답글

    .........재밌군요...공감가는 내용도 있고..T-T
    설계하는 사람도 비슷하답니다..OTL
  • 觀鷄者 2004/07/13 14:03 # 답글

    벨제뷔트님, CREA님// 2편을 보는 내내 1편을 보지 않은 것을 계속 후회했답니다.

    잠본이님// 옥박사^^가 실험을 위해 특수 제작했다는 장비를 공개하는 순간 저 생각부터 들더군요-.-a

    다인님// 종종 저런 사소한 실수를 하곤 하죠.

    어빈님, 미르님//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Syx님// 편집장 나빠요. 돈도 잘 안 주고!(블랑카 풍으로)

    DEMONBANE님// 그렇군요-.-a
  • Syx 2004/07/13 20:00 # 삭제 답글

    편집장이 아닌 무언가 다른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들립니다.ㆀ
    아마도 ...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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