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22일
사단장님이 보고 계셔
"충성!"
"충성~"
우렁찬 경례 구호가 맑게 갠 하늘에 메아리친다.
주둔지로 출근하는 군인들이 오늘도 활기찬 웃음을 띠고 위병소를 지나간다.
세상사를 모르는 몸과 마음을 얼룩무늬 군복으로 감싸고.
군복에 세운 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전투모가 뒤로 젖혀지지 않게 푹 눌러쓰고, 3보 이상은 구보하는 것이 이곳에서의 몸가짐. 물론 이런 것을 전부 지키는 개념없는 군인 따위 존재할 리도 없다.
육군 제 220 보병 사단.
모년 모월에 창설된 이 사단은 원래 방위병을 위해 세워졌다는, 전통있는 한량한 도련님 부대이다.
모처, 옛 모습이 남아 나무가 많은 이 지역에 사단장님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훈련소부터 전역 대기까지 일괄 복무를 할 수 있는 군인들의 주둔지.
시대는 변하고 대통령이 노태우에서 세 번 바뀌어 노무현이 된 오늘날에도 26개월간 복무하면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지식을 모두 잊은 채 개구리 마크를 달고 제대한다는 시스템이 아직도 남아 있는 귀중한 부대인 것이다.
그 - 유승준 일병도 그런 평범한 군인의 한명이었다.
- 가슴설레는 월요일-
"잠깐 기다려."
어느 월요일.
은행 가로수길 끝에 있는 두갈래길에서 누군가가 유 일병을 불러세웠다.
사단장 관사 앞이었으니까 순간 사단장님께서 부르셨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뚜렷한 목소리였다.
누군가 말을 걸면 먼저 멈춰선 후 관등성명을 대고 몸 전체를 돌려 돌아선다. 갑작스런 일이라도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더군다나 머리만으로 '돌아본다' 같은 행동은 일병 따위로서는 실격.
어디까지나 신속하게, 그리고 절도있게. 조금이라도 고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그러니까 돌아서서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 후, 가장 먼저 무엇보다도 '충성'의 경례 구호를-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 일병의 입에서 '충성'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기 때문에.
겨우 겨우 튀어오르지 않았던 것은 220 보병 사단의 장병으로서 품위없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평소부터 마음가짐을 단정히 한 성과. ......가 결코 아니다. 너무나도 놀라서 행동이 따라가지 못한 채 순간냉동 당해버린 것 뿐.
"저기... 저한테 무슨 일이신데 말입니까?"
겨우겨우 자력으로 반쯤 해동한 후 유 일병은 반신반의하며 물어 보았다. 물론 그의 시선 끝에 자신이 있는 것과 그 연장선상에 아무도 없는 것은 이미 확인한 일이지만 역시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불러 세운 것은 나. 그 상대는 너. 틀림없다."
틀림없다, 라고 해도. 아뇨 틀렸는데 말입니다 라고 대답하고는 도망쳐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째서 말을 걸어 온 건지 짚이는 것이 없는 만큼 머릿속은 패닉 직전이었다.
그런 유 일병의 사정같은 건 알 리 없는 그 사람은 똑바로 유 일병에게 다가왔다.
내무반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까이에서 얼굴을 뵐 일 같은 건 없었다.
제대로 목소리를 들어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피부는 비누 메이커를 묻고 싶어질 정도로 매끈매끈.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 어쩌면 잡티 하나 없는 것일까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더플백을 유 일병에게 내민다. 영문도 모르고 받아 들자, 빈 양 손을 유 일병의 목 뒤 쪽으로 돌렸다.
'헉~!!'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순간 알지도 못한 채 유 일병은 눈을 감고 머리를 꼭 움츠렸다.
"군번줄이 나와있다."
"엣?"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은 유 일병에게서 더플백을 돌려받고 먼저 막사를 향해 걸어갔다.
뒤에 남겨진 유 일병은 상황이 점점 파악됨에 따라 머리에 피가 몰려갔다.
틀림없어.
2소대 1내무실, 오인용 상병님. 참고로 보직은 K-3 사수. 통칭 차기 내무반장.
아아, 성함을 입에 담는 것만도 과분하다. 저같은 사람의 입으로 그 이름을 말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요. -- 그런 기분이 되어 버리는, 후임병의 흠모의 대상.
'그런...'
부끄러움에 증발 직전이다.
'이럴 순 없어'
유 일병은 한동안 망연히 서 있었다.
동경하는 고참과 처음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부끄러운 에피소드라니. 너무해.
사단장님 심술쟁이.
분함 섞인 눈으로 올려다본 사단장님의 관사는 평소와 다름없이 주둔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여기까지 쓰고 쏜살같이 도망 중...(잡히면 죽는다.)
"충성~"
우렁찬 경례 구호가 맑게 갠 하늘에 메아리친다.
주둔지로 출근하는 군인들이 오늘도 활기찬 웃음을 띠고 위병소를 지나간다.
세상사를 모르는 몸과 마음을 얼룩무늬 군복으로 감싸고.
군복에 세운 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전투모가 뒤로 젖혀지지 않게 푹 눌러쓰고, 3보 이상은 구보하는 것이 이곳에서의 몸가짐. 물론 이런 것을 전부 지키는 개념없는 군인 따위 존재할 리도 없다.
육군 제 220 보병 사단.
모년 모월에 창설된 이 사단은 원래 방위병을 위해 세워졌다는, 전통있는 한량한 도련님 부대이다.
모처, 옛 모습이 남아 나무가 많은 이 지역에 사단장님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훈련소부터 전역 대기까지 일괄 복무를 할 수 있는 군인들의 주둔지.
시대는 변하고 대통령이 노태우에서 세 번 바뀌어 노무현이 된 오늘날에도 26개월간 복무하면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지식을 모두 잊은 채 개구리 마크를 달고 제대한다는 시스템이 아직도 남아 있는 귀중한 부대인 것이다.
그 - 유승준 일병도 그런 평범한 군인의 한명이었다.
- 가슴설레는 월요일-
"잠깐 기다려."
어느 월요일.
은행 가로수길 끝에 있는 두갈래길에서 누군가가 유 일병을 불러세웠다.
사단장 관사 앞이었으니까 순간 사단장님께서 부르셨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뚜렷한 목소리였다.
누군가 말을 걸면 먼저 멈춰선 후 관등성명을 대고 몸 전체를 돌려 돌아선다. 갑작스런 일이라도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더군다나 머리만으로 '돌아본다' 같은 행동은 일병 따위로서는 실격.
어디까지나 신속하게, 그리고 절도있게. 조금이라도 고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그러니까 돌아서서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 후, 가장 먼저 무엇보다도 '충성'의 경례 구호를-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 일병의 입에서 '충성'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기 때문에.
겨우 겨우 튀어오르지 않았던 것은 220 보병 사단의 장병으로서 품위없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평소부터 마음가짐을 단정히 한 성과. ......가 결코 아니다. 너무나도 놀라서 행동이 따라가지 못한 채 순간냉동 당해버린 것 뿐.
"저기... 저한테 무슨 일이신데 말입니까?"
겨우겨우 자력으로 반쯤 해동한 후 유 일병은 반신반의하며 물어 보았다. 물론 그의 시선 끝에 자신이 있는 것과 그 연장선상에 아무도 없는 것은 이미 확인한 일이지만 역시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불러 세운 것은 나. 그 상대는 너. 틀림없다."
틀림없다, 라고 해도. 아뇨 틀렸는데 말입니다 라고 대답하고는 도망쳐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째서 말을 걸어 온 건지 짚이는 것이 없는 만큼 머릿속은 패닉 직전이었다.
그런 유 일병의 사정같은 건 알 리 없는 그 사람은 똑바로 유 일병에게 다가왔다.
내무반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까이에서 얼굴을 뵐 일 같은 건 없었다.
제대로 목소리를 들어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피부는 비누 메이커를 묻고 싶어질 정도로 매끈매끈.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 어쩌면 잡티 하나 없는 것일까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더플백을 유 일병에게 내민다. 영문도 모르고 받아 들자, 빈 양 손을 유 일병의 목 뒤 쪽으로 돌렸다.
'헉~!!'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순간 알지도 못한 채 유 일병은 눈을 감고 머리를 꼭 움츠렸다.
"군번줄이 나와있다."
"엣?"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은 유 일병에게서 더플백을 돌려받고 먼저 막사를 향해 걸어갔다.
뒤에 남겨진 유 일병은 상황이 점점 파악됨에 따라 머리에 피가 몰려갔다.
틀림없어.
2소대 1내무실, 오인용 상병님. 참고로 보직은 K-3 사수. 통칭 차기 내무반장.
아아, 성함을 입에 담는 것만도 과분하다. 저같은 사람의 입으로 그 이름을 말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요. -- 그런 기분이 되어 버리는, 후임병의 흠모의 대상.
'그런...'
부끄러움에 증발 직전이다.
'이럴 순 없어'
유 일병은 한동안 망연히 서 있었다.
동경하는 고참과 처음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부끄러운 에피소드라니. 너무해.
사단장님 심술쟁이.
분함 섞인 눈으로 올려다본 사단장님의 관사는 평소와 다름없이 주둔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여기까지 쓰고 쏜살같이 도망 중...(잡히면 죽는다.)
# by | 2003/10/22 10:20 | 블로그인에서 | 트랙백(4) | 덧글(2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멋지다!!]
[강력 추천입니다! 감동 대담동!!] [..무언가 하기는 했는데 고민중..] ...more
제목 : 난데없이 마리미떼 열풍 in Korea
★마리미테... ★마리미떼에~ ★카레이도학원 백서 ★아키하님이 보고 계셔 ★안선생님이 보고 계셔 ★파타리로님이 보고 계셔 ★크로마티님이 보고 계셔 ★대총통님이 보고 계셔 ★사우론님이 보고 계셔 ★마마님이 보고 계셔 ★토로님이 보고계셔 ★젤릿치님이 보고 계셔 ★나오님이 보고 계셔 ★마징가님이 보고 계셔 (04/1/13) ★마리오님이 보고 계셔 ★간에덴님이 보고 계셔 ★오얏상이 보고 계셔 ★달마님께서 보고 계셔 ★회장님이 보고 계셔 ★북극에서 보고 계셔 ★외계인님이 보고 계셔 (03/11/5......more
제목 : 소장님이 보고 계셔...
"충성!" "충성~" 우렁찬 경례 구호가 눈이 내리는하늘 아래에 메아리친다. 삽 한자루를 들고 연병장으로 향하는 훈련병들이 오늘도 하늘을 보며 좌절하며 내무실을 나선다. 세상사를 모르는 몸과 마음을 얼룩무늬 군복으로 감싸고. 상하의와 요대가 삼선일치가 되도록, 전투모가 뒤로 젖혀지지 않게 푹 눌러쓰고, 3보 이상은 구보하는 것이 이곳에서의 몸가짐. 물론 훈련병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이런 것을 전부 지키는 개념없는 군인으로 존재 해야 한다. 육군훈련소. 51년 11월 일에 에 창설된 이 사단은 원래 대한민국......more
제목 : 사단장님이 보고 계셔.
사단장님 심술쟁이!!...more
(다리가 저려서 쫓아갈 수 없음.)
...오인용 상병님 이제 욕 못하시겠군요 ;;
-아아.. 1-4를 건드렸다가 좌절입니다.
어디선가 보고 찾아왔습니다만.... 정말 멋지군요.......^o^
그러고보니 익숙한 이름이 많군요;
..그나저나 전 사치..(X)상병님이 문모씨일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군인말투)
아, 링크 타고 왔습니다.
아, 역시 링크따라 왔습니다...
예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