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6.egloos.com

觀鷄者의 망상 공간

포토로그



사단장님이 보고 계셔 블로그인에서

"충성!"
"충성~"

우렁찬 경례 구호가 맑게 갠 하늘에 메아리친다.
주둔지로 출근하는 군인들이 오늘도 활기찬 웃음을 띠고 위병소를 지나간다.
세상사를 모르는 몸과 마음을 얼룩무늬 군복으로 감싸고.
군복에 세운 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전투모가 뒤로 젖혀지지 않게 푹 눌러쓰고, 3보 이상은 구보하는 것이 이곳에서의 몸가짐. 물론 이런 것을 전부 지키는 개념없는 군인 따위 존재할 리도 없다.
육군 제 220 보병 사단.
모년 모월에 창설된 이 사단은 원래 방위병을 위해 세워졌다는, 전통있는 한량한 도련님 부대이다.
모처, 옛 모습이 남아 나무가 많은 이 지역에 사단장님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훈련소부터 전역 대기까지 일괄 복무를 할 수 있는 군인들의 주둔지.
시대는 변하고 대통령이 노태우에서 세 번 바뀌어 노무현이 된 오늘날에도 26개월간 복무하면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지식을 모두 잊은 채 개구리 마크를 달고 제대한다는 시스템이 아직도 남아 있는 귀중한 부대인 것이다.

그 - 유승준 일병도 그런 평범한 군인의 한명이었다.

- 가슴설레는 월요일-

"잠깐 기다려."

어느 월요일.
은행 가로수길 끝에 있는 두갈래길에서 누군가가 유 일병을 불러세웠다.
사단장 관사 앞이었으니까 순간 사단장님께서 부르셨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뚜렷한 목소리였다.
누군가 말을 걸면 먼저 멈춰선 후 관등성명을 대고 몸 전체를 돌려 돌아선다. 갑작스런 일이라도 허둥대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더군다나 머리만으로 '돌아본다' 같은 행동은 일병 따위로서는 실격.
어디까지나 신속하게, 그리고 절도있게. 조금이라도 고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그러니까 돌아서서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본 후, 가장 먼저 무엇보다도 '충성'의 경례 구호를-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 일병의 입에서 '충성'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기 때문에.
겨우 겨우 튀어오르지 않았던 것은 220 보병 사단의 장병으로서 품위없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평소부터 마음가짐을 단정히 한 성과. ......가 결코 아니다. 너무나도 놀라서 행동이 따라가지 못한 채 순간냉동 당해버린 것 뿐.
"저기... 저한테 무슨 일이신데 말입니까?"
겨우겨우 자력으로 반쯤 해동한 후 유 일병은 반신반의하며 물어 보았다. 물론 그의 시선 끝에 자신이 있는 것과 그 연장선상에 아무도 없는 것은 이미 확인한 일이지만 역시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불러 세운 것은 나. 그 상대는 너. 틀림없다."
틀림없다, 라고 해도. 아뇨 틀렸는데 말입니다 라고 대답하고는 도망쳐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째서 말을 걸어 온 건지 짚이는 것이 없는 만큼 머릿속은 패닉 직전이었다.
그런 유 일병의 사정같은 건 알 리 없는 그 사람은 똑바로 유 일병에게 다가왔다.
내무반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까이에서 얼굴을 뵐 일 같은 건 없었다.
제대로 목소리를 들어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피부는 비누 메이커를 묻고 싶어질 정도로 매끈매끈. 이런 가혹한 환경에서 어쩌면 잡티 하나 없는 것일까 하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더플백을 유 일병에게 내민다. 영문도 모르고 받아 들자, 빈 양 손을 유 일병의 목 뒤 쪽으로 돌렸다.
'헉~!!'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순간 알지도 못한 채 유 일병은 눈을 감고 머리를 꼭 움츠렸다.
"군번줄이 나와있다."
"엣?"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은 유 일병에게서 더플백을 돌려받고 먼저 막사를 향해 걸어갔다.
뒤에 남겨진 유 일병은 상황이 점점 파악됨에 따라 머리에 피가 몰려갔다.
틀림없어.
2소대 1내무실, 오인용 상병님. 참고로 보직은 K-3 사수. 통칭 차기 내무반장.
아아, 성함을 입에 담는 것만도 과분하다. 저같은 사람의 입으로 그 이름을 말해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요. -- 그런 기분이 되어 버리는, 후임병의 흠모의 대상.
'그런...'
부끄러움에 증발 직전이다.
'이럴 순 없어'
유 일병은 한동안 망연히 서 있었다.
동경하는 고참과 처음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부끄러운 에피소드라니. 너무해.
사단장님 심술쟁이.
분함 섞인 눈으로 올려다본 사단장님의 관사는 평소와 다름없이 주둔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여기까지 쓰고 쏜살같이 도망 중...(잡히면 죽는다.)

덧글

  • leygo 2003/10/22 10:27 # 삭제 답글

    ... 풀썩.
    (다리가 저려서 쫓아갈 수 없음.)
  • 비안졸다크 2003/10/22 10:33 # 답글

    철컥. Target lock on.
  • 진마 2003/10/22 10:33 # 답글

    "Nuclear Launch Detected" (.........)
  • 룬그리져 2003/10/22 10:46 # 답글

    어버,어버,어버버...최고십니다...;ㅁ;
  • chiharu 2003/10/22 10:52 # 삭제 답글

    오오....멋지십니다...
  • ellpi 2003/10/22 11:12 # 답글

    ...이거 너무 강하신데요. (세발짝 물러난다)
  • 觀鷄者 2003/10/22 11:16 # 답글

    - 참고로 이 글은 leygo님의 제안에 기초한 것입니다.-
  • leygo 2003/10/22 11:35 # 삭제 답글

    제...제가 뭘?! (도망간다.)
  • 카자마신 2003/10/22 12:01 # 답글

    유승준 일병이 등장 하는군요;;;
  • 功名誰復論 2003/10/22 12:06 # 답글

    음. 일단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를 봐야 하나. 하지만 백합은... 백합은...
  • JH 2003/10/22 13:32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지나가다가 감동해서 글을 남깁니다.
    ...오인용 상병님 이제 욕 못하시겠군요 ;;
  • 觀鷄者 2003/10/22 14:08 # 답글

    JH님// 방문 감사드리고, 팬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잡문을 칭찬해주셔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 질투가면 2003/10/22 15:12 # 답글

    '사단장님 심술쟁이' => 사...사람살려요....허..허파가 터지려고...ㅠ_ㅠ
  • 루디엔 2003/10/22 20:26 # 답글

    저저런.. 일이..;;;
  • deiceed 2003/10/25 03:52 # 답글

    [최고의 나이츠!!]

    -아아.. 1-4를 건드렸다가 좌절입니다.
  • 류시 2003/10/25 13:53 # 삭제 답글

    게엑.......;;;
    어디선가 보고 찾아왔습니다만.... 정말 멋지군요.......^o^
  • deiceed 2003/10/27 11:47 # 답글

    [...역시 재미있는 것은 따라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봅니다.]
  • 觀鷄者 2003/10/27 13:10 # 답글

    deiceed님// 첫번째 관련글은 삭제했습니다.
  • blueskua 2003/10/28 03:13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누군가에게 듣고왔습니다. 강하십니다 [...]
    그러고보니 익숙한 이름이 많군요;
  • Devilot 2003/10/30 13:05 # 삭제 답글

    .......원츄!! (엄지손가락 척)
    ..그나저나 전 사치..(X)상병님이 문모씨일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군인말투)
    아, 링크 타고 왔습니다.
  • Hajime 2003/11/02 05:00 # 삭제 답글

    아아~ 강하십니다! (털썩!) 잘 보고 갑니다. ...그런데 뒷편은? (내심 기대하게 되었...;;;)
    아, 역시 링크따라 왔습니다...
  • 마아사 2003/11/07 18:13 # 삭제 답글

    정작 관련글을 ANC에서 보는군요 >_<
    예술입니다.
  • 觀鷄者 2003/11/08 08:40 # 답글

    10월 22일에 작성한 포스트가 지금까지도 호응을 받고 있다니...
  • 잠본이 2003/11/08 15:38 # 답글

    그걸 인덕이라고 하는거지요 (거짓말)
  • 功名誰復論 2003/11/09 02:08 # 답글

    사령관님께서 보시고 계셔 대 폭주 중.
  • 김철 2003/11/18 10:37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우연히 돌아다니다가 감동받고 갑니다.;
  • 수시아 2003/12/23 23:24 # 삭제 답글

    아....어쩌다 오게 됬네요. 잘 구경하고 갑니다.
  • 안미연 2006/04/12 08:53 # 답글

    최..최고... 링크 훔쳐가도 될까요~ >_<;;;(이미 훔쳐버렸음;)
  • 바리바리탄산 2006/06/05 05:58 # 삭제 답글

    군대물....... 인겁니까?...;;;;;;
댓글 입력 영역

최근 포토로그